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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대퇴사 시대'에 대해 우리들 잘못된 통념

by Jskdkfk 2022.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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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것도 엄청나게 많이. 영미권에선 이런 현상을 빌어 우리가 이른바 '대퇴사의 시대' (the Great Resignation)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노동부는 올해 8월만 해도 430만 명이 일자리를 떠났다고 밝혔는데, 이는 국가 노동력의 약 2.9%에 달하는 사상 최고 퇴직자 수치이다. 영국에서도 지난 8월에 사상 처음으로 구인 자릿수가 100만 개를 돌파했습니다.

이렇게 퇴사 바람이 분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열악한 근로 조건, 코로나 19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일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 늘어난 사회 분위기 등이 그렇다. 이 외에도 연구자들이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면서 또 다른 이유가 발견되고 있습니다.

미국 보스턴 대학 퀘스트롬 경영대학원의 시장, 공공정책, 법학과의 제이 자고르스키 선임 강사는 다음과 같은 이유를 밝혔습니다.

"저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본인의 직장에 진저리가 나서 그런다고 믿습니다. 많은 근로자는 초과 근무에 시달리고 있고 인정을 받지 못한다고 느끼죠. 이들은 고임금 산업에 종사하고 있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 일하고 있어서 퇴사하는 사람들이 상당합니다"

텍사스 A&M 대학의 메이스 경영대학원의 앤서니 클로츠 부교수는 이러한 일들이 정말로 지속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대퇴사 시대 라는 용어를 만든 학자로 2021년 5월 대규모 노동자 이탈을 예견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와 다른 전문가들은 우리가 이런 대규모 퇴사 현상에 대해 뉘앙스를 놓치고 있다고 말합니다.

생각만큼 많은 근로자가 사퇴를 하지 않을 수도 있고, 우리가 믿는 이유 때문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좀 더 비판적인 자세로 우리가 이른바 대퇴사 시대를 광범위하게 일반화한 건 아닌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퇴사 바람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이런 움직임이 앞으로의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모두 비판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부족한 자료들

 

자고르스키 선임 강사는 "현재 (미국에서) 3% 미만의 직원이 회사를 그만두고 있다. 30%가 아니다"라며 꼬집었습니다.

실제로 이 3%라는 숫자는 노동자 소수에 해당하고, 대퇴사 시대와 관련된 언론 보도는 대부분 직장을 퇴사를 고려하는 근로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아울러 이런 통계 수치를 바탕으로 코로나 사태로 이 대규모 퇴사 행렬이 발생했다고 얘기하기에는 다소 상황이 복잡합니다.

첫째, 자 고르스키 선임 강사는 종단연구 자료가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종단연구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조사대상의 변화를 측정합니다.

미국 정부가 가지고 있는 자료는 2000년 이후 변화를 추적한 것뿐입니다.

또한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에는 이미 미국 내 퇴사율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2020년에 미국의 퇴사자 수치가 기록을 깼지만, 이 기록은 코로나 사태가 아니었어도 가능했을지도 모릅니다.

자고르스키 선임 강사에 따르면 퇴사는 일반적으로 경제가 건실할 때 증가하고 코로나 사태 이전의 미국 경제가 그랬습니다.

 

현재 미국 경제는 회복 국면을 맞았습니다.

퇴사 증가의 원인이 코로나와 관련된 건지 아니면 점점 더 안정세를 보이는 경기와 관련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이와 비슷한 일이 2009년 금융위기 때 있었습니다.

경기 간 향후 10년간의 호조 국면에 돌입하면 퇴사율도 증가했고 또한 다양한 분야의 근로자들이 직장을 떠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 퇴사자가 경제 전반에서 고르게 나오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종종 대 퇴사 시대를 논할 때 지식 노동자를 언급하지만 클로츠 부교수는 요식업과 숙박업계와 소매업계를 포함한 특정 부문에서 코로나 사태부터 더 많은 퇴사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가장 최근 발표된 미국 노동 통계국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8월 현재까지 가장 많은 퇴사자가 나온 산업은 요식업, 숙박업과 같은 서비스업계였다. 총 24만 2천 명 가운데 15만 7천 명을 차지했다. 여기서 말하는 퇴사는 해고나 계약 종료가 아닌 경우다.

요식업및 숙박업 부문에서는 6.8%의 근로자가 퇴사했는데, 이는 모든 부문 중 가장 높은 수치이다. 이 다음으로 두 번째로 높은 것은 소매업(4.7%)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수치는 전혀 놀랍거나 완전히 코로나 사태와의 관련성을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친 일반화 일까?

퇴사자가 누구든지 간에 모든 사람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해, 화가 나면 일을 그만둘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희열감이 들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 대퇴사 시대를 일종에 인생의 전환점으로 여기는 경향도 있습니다.

자발적으로 회사를 나와 더 나은 노동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전환점을 만들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모든 이가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몇몇 퇴사자들에겐 그런 권한조차 없습니다.

마젠브스키 교수는 이런 대퇴사 바람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눴습니다.

"한 부류는 '좋은' 것과 '더 나은' 것 중 하나를 선택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입니다. 또 다른 범주는 정말 끔찍하고, 건강에 좋지 않고, 해로운 근로환경, 그리고 생존 사이에서 선택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둘은 매우 다르죠"

전자의 경우 사람들은 권태감을 느끼고 성장에 대한 열망 때문에 일을 그만둡니다.

반면 후자의 경우, 지속할 수 없는 근무 조건 때문에 혹은 코로나 사태로 학교가 문을 닫는 동안 아이들을 돌봐야 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일은 그만두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뒀다고 해도 그들의 퇴사 이유는 각기 다릅니다.

마젠브스키 교수는 "퇴사도 선택권이 있어야 할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클로츠 부교수는 상급 직에 있는 더 부유한 근로자일수록 이런 사치를 더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른바 대퇴사 시대는 최고 경영자나 재정적으로 풍족한 근로자와 같이 그만둘 특권을 가진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서만 이해됩니다.

하지만 기존의 자료를 통해 누가, 왜 더 그만두는지를 분석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어려움으로 현실이 왜곡시킬 수 있고, 사람들에게 퇴사 후에도 모든 일이 잘될 것이라며 과감한 퇴사를 부추길 수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퇴사의 사유가 변화지 않았다는 것

노동 조건을 전면적으로 변화시킬 ‘대퇴사 시대'가 열렸다며 떠들고 싶다는 유혹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퇴사를 결정하는 이유가 매우 다르기 때문에, 만약 노동 시장에 변화가 온다고 해도 이런 변화는 업계와 직업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입니다.

일부 기업들은 코로나 시대를 계기로 생긴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의 더 유연한 근무 형태에 대한 요구를 받아들일 것을 관측됩니다.

예를 들면 원격 근무가 그렇다. 서비스 기업들은 오랫동안 요구됐던 임금 근로 환경 개선이나 임금 개선에 대응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코로나 사태로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에게는 사실상 전례 없던 많은 새로운 특전이 생겼습니다.

집에서 원격으로 장기근무를 할 수 있고, 통근 시간은 줄었고, 업무 유연성은 늘었고, 친구나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근로자들은 이런 특전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기업들이 이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사람이 더 자주 사직할 것입니다.

또한 블루칼라 근로자들은 이미 미국에서 대공황 이후 가장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임금에 끌리게 될 것입니다.

이들은 코로나 사태 기간에 더 증폭된 사회적 불평등을 직면해야 했습니다.

이 말인즉슨 우리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그리고 모든 이에게 똑같이 상황이 개선될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만약 모든 사람의 상황이 나아진 게 아니라면 이는 대퇴사 시대가 변화를 일으켰다는 그 내러티브에 또 다른 헛점이 있을 수 있다는 방증이 됩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이 대퇴사 시대라는 과대광고에 휩쓸리지 않고, 퇴직자가 느는 이유를 논할 때 신중하게 생각하고, 이런 현상이 일의 미래에 있어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클로츠 부교수는 "대퇴사 시대의 원인은 다면적이고,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냅니다.

이 현상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더 복잡해지리라 생각한다"고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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